함석헌

함석헌의 생애를 한국 현대사의 접점이라는 차원에서 조망

와단 2009. 10. 2. 23:19

함석헌의 생애를 한국 현대사의 접점이라는 차원에서 조망
- 문화일보 (2001-03-14)
역사학자의 덕목으로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자세′는 곧잘 거론되는 부분이다. 당장 앞이나 뒤, 혹은 좌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자는 뜻이 담긴 말이다. 하지만 바람이 잠잠해지자면 얼마나 기다려야할까.

사실 관계를 구축하는 수고에 더해 역사적 평가를 하는 일은 과연 사실과 얼마만큼 거리가 유지돼야 먼지가 묻지 않을까.그래서 역사학자들은 풀어야할 숙제를 평생 한아름 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개인의 역사를 다루는 전기 서술자도 감히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다.

종교 사상가이자 인권 운동가로 1960~70년대 민주화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함석헌(1901~1989·사진)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전생애를 다룬 전기가빛을 보게 됐다. 타계한 지 10여년이 지났으므로 먼지가 어지간히 가라앉았다는 평가는 섣부른 것일까.

더군다나′다툼′′독선′으로 특징지어지는 종교계나 세상의 진흙탕을 걷어내는 작업에 그의 ′종교적 다원주의′, ′평화주의′는 여전히 유효한가 하는 질문을 던져볼만 하다.

책은 함석헌의 청년기(1901~1923), 해방전 시기(~1945), 자유당 정권기(~1960), 노년기(~1989) 등 4부분으로 구분해서술한 후 그의 삶과 사상을 반추하는 ′함석헌이 남긴 것′이란 글까지 덧붙였다. 이와함께 삶의 특징을 간추린 ′신의도시와 세속도시 사이에서′란 글로 마무리됐다. 책은 함석헌의 생애를 모두 다룬 첫 저서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을만하다.

자서전이 있기는 하지만 삶의 말년을 다루지 못한 탓에 그의 사상과 생애를 연구하는데조차 부족함이 있어온 게 사실이고보면 그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아가 함석헌의 생애를 연도별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접점이라는 차원에서 조망해 그가 가진 현재적 함의까지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