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명환-서신
언제 어느 날 그런 일이
어떻게 지내십니까?
노선생이 무슨 사건으로 잡히어 재판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서 자세한 사실을 알고 싶어서 묻습니다.
언제 어느 날 그런 일이 있었으며, 지금은 어디 계십니까? 받으셨다면 어느 형무소에 계십니까? 면회는 할 수 있습니까?
선생님께선 우리 잡지를 보셨더랬습니다. 알고 싶어서 드리는 말씀이오니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973년 1월 8일,함석헌
수고하셨지만 이기셨으니
노형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우리는 가만히 있고 혼자 수고하시게 해서 미안합니다. 그러나 수고하셨지만 이기셨으니 감사합니다.
오늘 마침 면회를 몇이서 갔었는데, 가보니 벌써 10일에 나오셨다 해서 기쁘고도 섭섭했지요. 이향, 홍우표, 박선균, 백청수가 같이 갔었습니다.
그런데 부인이 또 그렇다니 어떻게 해요?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신문 보신 분들이 말을 해주어서 비로소 댁으로 편지를 냈었습니다. 그랬더니 부인이 회답을 주셔서 그때야 자세한 것을 알고 홍우표씨가 두루 찾아서 서대문에 계신 것을 안 것이 1월말경이나 될 것입니다. 그때까지도 부인이 내게 회답을 주셨는데 그후에 그러신가요? 참 답답합니다.
잡지 일이 바빠서 한번 가지도 못합니다. 부산 모임에 갔을 때 사정을 말했더니 거기 여러 교우들이 부인한테 보내드리라고 돈 1만 9천원을 모아주어서 가지고 온 것이 있습니다. 그럼 만날 날 기다리며 이만 씁니다.
1973년 2월 14일, 함석헌
어려움이 많으신데
노명환님께.
그간 안녕하시며 부인의 병은 어떠하십니까? 곧 깨끗이 낫기를 빕니다. 어려움이 많으신데 한번 가서 위로 말씀도 못 드리고 미안합니다. 요새 2월호 잡지 교정중입니다.
전날 말씀하신 부산 모임에서 보내온 돈을 보냅니다. 1만 5천원입니다. 일전에 1만 9천원이라 했던 것은 내가 잘못 보고 했던 말입니다.
1973년 2월 22일, 함석헌
열린 마음으로 서로 대하면
노형께.
글월 고맙게 받았습니다.
이번 모임은 참 서로들 유익된 점이 많습니다. 그만큼 자기 주장을 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 대했기 때문일 것이고, 이렇게 어지러운데 그 정도나마라도 서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하나님의 은혜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힘이 우리 상대하는 사람들의 양심을 깨워줄 수 있게 되기에는 아직도 멀고 멀었습니다. 먹고 살겠다는 사람은 많아도 전체를 위해 악과 싸워보겠다는 사람은 적고, 악과 싸우겠다는 사람은 없지 않아도 그 책임을 나도 같이 짐으로써 이 민족 전체를 살릴 생각을 하는 사람은 참 없습니다. 일이 뜻같이 되지 않아도 그것을 누구의 잘못으로 알기보다는 나 자신을 단련하시는 하나님의 하시는 일로 알고 대하여야겠는데 어떻게 합니까?
지금 보는 바로는 8.15를 기회로 다소 석방되는 사람이 있을 듯은 하나 시원한 것은 기대되지 않습니다. 회개를 더 깊이 하고 기다리기를 더 겸손히 해야지요.
평안을 빕니다.
1977년 8월 10일, 함석헌
고통 모욕을 당하고도 미워하지 않는 큰 마음
노선생께. 글월 감사합니다.
잘하는 농부는 악천후를 겁내지도 않고 또 그것을 미워하지도 않습니다. 하늘이 자기편인 줄을 믿어 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악한 자를 벌하시는 데 보다 더 강한 악인을 내세워서 하지 않고, 고통 모욕을 당하고도 미워하지 않는 큰 마음을 내세워서 그를 부끄럽게 만드십니다. 더 커지시고 더 오래 참으십시오.
좋은 가을이 왔습니다. 맑고 아름다운 자연의 동산은 선한 자와 악한 자를 향해 꼭같이 환영해주는 가슴을 벌리고 있습니다. 안녕!
1977년 10월 6일, 함석헌
서신 1973.1.8-1977.10.6 전집20
저작집30; 22-231
전집20; 18-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