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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동물농장’

와단 2016. 4. 1. 14:30
옛날 옛적에 동물농장에 커다란 쥐 한 마리 살고 있었다.

이 쥐는 영악하고 특히 재물을 좋아하며 주위 동물들에게는 미움을 사면서도 재물을 모으는 욕심이 끝 간 데 없었다.

어느 날 동물농장에서 5년마다 우두머리를 뽑는 행사가 있었다.  이 쥐는 자기를 우두머리로 뽑아준다면 모두가 배불리 잘 먹고 잘살게 해줄 수 있는 비법이 있다고 현혹하여 결국 동물농장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러나 우두머리가 되어도 지 혼자만 배불리 먹고살며 주위를 돌보지 않자 주위 동물들이 서서히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불안한 미래를 감지한 쥐는 평소에 친했던 동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평소 그의 심복인 여우, 돼지와 함께 작업을 모의하기 시작했다.

이후 장안에 머리 좋고 프로그램의 귀재라 일컫는 너구리를 동물농장 IT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쥐 계획 하에 너구리를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이 약간 착하고 머리 좋은 너구리는 자기를 인정해주는 쥐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충성을 다짐하자, 쥐는 동물농장 연구소장의 직위를 주며 너구리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쥐 임기가 끝나갈 무렵, 쥐는 미래 안위를 위해 후계자를 물색하던 중 동물농장에서 머리에 든 거는 없지만, 그럭저럭 쥐 추종세력으로부터 호감을 얻고 있던 혼자 사는 닭을 불러들여 독대한다.

쥐: 차기에 내가 너를 우두머리로 꼭 만들어 줄 테니 내말 잘 들어라.
닭: 네. 저를 우두머리로 만들어만 주신다면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하지요.
쥐: 귀 좀 가까이.... 내가 퇴임 후 죽을 때까지 나에게 해를 입히지 말고, 나와 우리 가족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고......만약에 이를 어기면 나는 이 모든 음모를 밝힐 준비가 돼있다. 어떠냐? 나를 위해 일 할 수 있느냐?
닭: 끄덕 끄덕.
쥐: 오케이, 딜~

드디어 결전의 우두머리를 뽑는 날이 다가 옴에 따라 이들의 본격적인 음모가 진행 된다.

그동안 자신의 위치를 이용한 권력을 총동원해 어두운 동굴에서 분탕질을 일삼던 여우는 쥐 지시대로 닭을 우두머리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해 또다시 작업(반대진영 후보자인 '무쏘'에 대한 비방댓글작업 등)에 들어갔다. 

이어 쥐는 돼지와 함께 또 다른 실질적인 음모를 시작했다. 당시 기술 분야에만 전념하며 성실하게 잘 살아가고 있던 너구리를 불러들여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중국시장에 나와 있는 너구리처럼 온갖 고통을 줄 것이지만, 우리말만 잘 들으면 너를 귀히 여기겠다는 등 협박과 회유로 무릎을 꿇긴 후, 이들의 총체적인 음모가 시작된 것이다. 

첫째: 제작 총지휘는 쥐가 맡으나 뒤로 빠지고,
둘째: 연출과 진행은 동굴에 살고 있는 여우가 맡으며, 
셋째: 돼지는 총괄자리에 앉아 추종자들을 동원해 전 방위로 넷버스까지 가동하여 직접 지휘점검을 한다.
넷째: 기술부분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자동으로 만들어 내는 로지스틱 함수를 가미한 프로그램을 극비리에 자체개발에 성공한 너구리가 맡는다.  
다섯째: 방송사와 언론사 사주들을 비밀리에 대거 궁전으로 불러들인 쥐는, 우리는 함께 살고 같이 죽는다는 각오로 밖으로 이러한 사실이 절대 새어 나가지 않도록 각자로부터 목숨을 담보로 하는 서약을 받는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적인 걱정거리가 있었는데.....

거사 당일 천재지변이든, 전력회사 정전으로 말미암아 방송 송출과 개표가 중지하게 된다면 자동으로 각본에 맞춘 프로그램에 차질이 생겨 만약에 수개표 등으로 확인을 하면 이 모든 거짓이 드러나게 되어 평범한 동물농장 동물들의 커다란 저항에 부딪혀 결국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 짜낸 것이 바로 이 모든 음모에 가담한 주역들이 선거 당일 '쌀국'으로 도망가는 것이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그동안 수십 번 반복과 연습을 끝낸 쥐와 그 측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며칠 전에 이미 쌀국으로 도망갔고, 돼지 역시 주위에 편지만 달랑 남기고 선거 당일 역시 쌀국으로 도망갔다.

늦게나마 이 소식을 전해들은 너구리는 당황한 기색을 혈색으로도 감추지 못한 채 옷가방만 달랑 챙겨 역시 선거가 끝나자마자 쌀국으로 도망갔다. 

그러나 이것을 모르는 동물농장의 선거관여위원회 일당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그들이 미리 짜 놓은 프로그램의 결과 자료를 실시간 혹은 사전에 방송 3사로 보내게 된다.

투표가 끝나고 방송 3사에서는 개표과정을 보도하고 있었는데, 개표 10% 가량이 진행되자 닭의 선거캠프에 있던 기자들이 대거 무쏘 선거캠프로 이동하게 된다. 

이유는 무쏘 측에게 유리하게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프로그램이 가동되기 전) 초반 투표 결과와 이웃 쌀국의 동물농장 담당첩보원들이 동물농장 동물들 여론을 수집한 결과를 쌀국에 보고한 것이 해외언론을 통해서 역으로 들어오게 되어 무쏘의 당선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밤 9시 경...동물농장에서는 개표가 30%도 채 안된 상태에서 쥐 측근들은 조급한 나머지 방송 3사에서 팡파래를 울리며 닭이 당선되었다는 허위방송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이러한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에 대해 동물농장의 어느 동물도 저항이나 반발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시간이 흘러도 부정선거 결과에 대한 반대나 불복 소요가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현실을 인정하고 수긍하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이한 현상이 생기게 된다.

그제야 선거당일 날 외국으로 도망쳤던 쥐, 돼지, 너구리가 돌아오게 된다. 

자신들도 신기한 듯 "어? 아무 일도 없네?"하며 지금까지 쥐와 그를 도운 공범 동물들은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론, 댓글 담당인 여우가 잡혀가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그는 아직도 감옥에서 캥캥거리며 "닭이 정말로 나를 잡아 가두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고, 이 엄청난 비밀을 터뜨려 버리겠다!"며 이를 갈고 있다는 후문이 돌지만....

정말로 해괴한 일이다.  

지금도 동물농장에서는 대부분 동물들이 화가 나서 밤낮으로 마당에 모여들어 "이 부정선거로 당선된 닭은 당장 물러나고, 선거 불법개입 담당 동물들을 중형으로 처벌하라"고 성토하고 있다. 하지만, 닭이 머물고 있는 궁궐 담벼락은 워낙 두껍고 높으며 방음장치가 잘되어 있던 터라 닭은 그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 듯 패션쇼로 시간을 때우며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