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함석헌, 그가 걸어간 세속과 신의 세계
●함석헌 평전 김성수 지음, 삼인.
‘함석헌’, 이 이름만큼이나 한국 근현대사에 다양한 영역에서 강한 영향력을 끼친 이름도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젊은이들은 안타깝게도 ‘함석헌’ 이름 석자를 접하지 못하고 있다. 고 장기려 박사는 그를 가르켜 ‘500년이 지나야 비로소 제대로 이해될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의 사상과 실천적 삶에서 광맥을 본 이들은 세계의 그 어떤 위대한 사상가에 손색이 없는 인물임을 역설한다. 그러나 함석헌은 여전히 우리에게 ‘미지의 영토’로 남아 있다. 그런 가운데 이 영토로 향하는 진입로를 열어주는 한 권 책이 출간됐다.
한 사람의 생애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다는 것은 무리한 작업이다. 더욱이 함석헌과 같이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극명하게 대립되는 인물을 다룬다는 것은 학문적 열정 뿐 아니라 용기 또한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은 저자가 함석헌을 ‘몸으로’ 만나 변화된 삶의 기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기에 이 책은 필자의 함석헌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함석헌 평전’이라는 제목에서 비쳐지듯이 함석헌의 생애를 평이한 문체로 다듬어 가고 있다. 먼저 함석헌의 생애를 네 부분으로 구분해 서술한 다음 그의 삶과 사상이 오늘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를 “함석헌이 남긴 것”이라는 제목으로 곱씹어 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석헌 생애의 특징을 “신의 도시와 세속도시 사이에서” 정리한다. 이 책의 가치와 의미는 몇 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 우선 함석헌의 생애를 다룬 첫 저서라는 점이다. 그동안 함석헌에 대해 부분적인 글은 많이 있지만 이처럼 총체적으로 다룬 책은 아직 없었다. 함석헌 자신이 쓴 자서전이 있기는 하지만 인생의 후반기에 대한 서술이 없는지라 그의 전 생애를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있다. 이에 비해 이 책은 ‘사자섬 아이에서부터 죽을 때까지’ 그가 걸어간 길을 서술하고 있어서 그의 생애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이 책은 단순한 그의 생애를 연대기적으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한국 역사와 세계사의 지평에서, 그리고 서구사상과 동양사상의 차원에서 조망하고 있어 함석헌이 갖는 의미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역사학자인 필자의 시각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또 다른 이 책의 특징은 함석헌을 미화하거나 우상화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함석헌이 얼마나 나약한 한 인간이었는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얼마나 철저하게 고뇌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또 얼마나 외로워했는지에 대해서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함석헌에 가까이 다가서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여자 문제 또한 지나치지 않는다.
오는 13일은 함석헌이 이 땅에 온지 꼭 백년이 되는 날이다. 이 책은 하늘이 그를 한국 땅에 보낸 뜻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김진·크리스챤아카데미 선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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